푸잉들의 습성
오늘은 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느낀 푸잉들의 대체적인 습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푸잉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푸잉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습성들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유흥가에서 일하는 푸잉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푸잉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게으름
먼저, 푸잉들은 기본적으로 게으른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더운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태국은 날씨가 덥고 길가에 바나나와 야자나무가 널려 있어서
굶어 죽을 일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급하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진 “빨리 빨리” 문화는 태국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태국어로 “키끼앗”이라는 말은 ‘귀찮다’는 뜻으로, 푸잉들의 게으른 습성을 잘 나타냅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병가로 인한 결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출근하기 귀찮아서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결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클럽에서 보기로 약속을 했다고 치면, 11시까지 뒹굴거리다가
그제서야 일어나 씻기 시작합니다.
실제 도착 시간은 12시가 넘고, 아니면 귀찮으니까 다음에 보자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가 다반사이니 푸잉들이 일반 약속시간에 늦게 나와도
다그칠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 습성이 그런 것입니다.
2. 거짓말을 잘한다
푸잉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성이 뛰어납니다. 특히 변명이나 거짓말을 할 때
그 창의성은 극대화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팀 직원들과 2박 3일 MT를
갑자기 가기로 결정했을 때, 단 1시간 만에 2박 3일 상세 계획이 뚝딱 나옵니다.
태국 직원이 뭔가를 잘못했을 때 이유를 물으면 수많은 변명거리가 쉬지도 않고
줄줄 나옵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수동적이다
푸잉들은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특히 자신이 오너가 아니고 월급을
받는 처지에 있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업무를 시켜 놓으면 지극히 수동적입니다.
약간만 생각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시킨 방법 그대로만 고수합니다.
자신이 조금의 유두리를 가지고 업무를 해결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칭찬보다
그 일을 해결했을 때 늘어날 업무량을 더 걱정합니다.
원칙대로 하고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을 오히려 즐기는 듯합니다.
태국에서 일본 자동차를 생산한 지 어언 5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태국 브랜드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외에 내세울 만한 전자업체도 없습니다.
1차 산업인 농업과 수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은 매우 발달해 있지만 2차 산업인
공업은 외국 기업을 제외하면 완전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외국 유수의 기업들이 태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운영해 왔지만
자국 기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면 벌써 자체
자동차 브랜드, 전자 브랜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4. 재미와 편함을 즐긴다
푸잉들은 “싸눅 싸바이”(재미있고 편한 것)를 추구합니다.
재미있는 것을 엄청나게 즐깁니다. 회식이나 야유회, 체육대회 등 행사가 있으면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행사를 위한 단합력도 엄청나게 상승합니다. 장기자랑에 상금을 걸었더니팀별로
장기자랑 연습을 하는데 거의 한 달 동안 점심시간까지 반납하고 연습에 매진합니다.
연말 파티라도 하면 평소에는 얌전한 직원들이 프로페셔널한 아나운서, 가수, 댄서로
변신합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국민들입니다.
또한 푸잉들에게는 편함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불편한 것은 못 참습니다. 주변에 줄 서서 먹는 매우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식당의 밥을 많이 팔아서 돈을 더 버는 것보다 내가 안 피곤하고 남은 여가 시간에
편한 게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면 뭐하나? 내가 쉴 시간이 없고
몸이 고달프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 철학이지만, 푸잉들에게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5. No를 잘 못한다
태국에는 “끄랭 짜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 뜻은 대략 ‘부담스럽다’, ‘겸연쩍다’,
‘상대방을 고려하다’, ‘미안해 하다’ 정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잘 모르는 푸잉에게 “밥 사줄게 가자”라는 호의를 베풀면,그 때 돌아오는
대답이 ‘끄랭 짜이’입니다. 즉, ‘끄랭 짜이’하기 때문에 밥을 얻어 먹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에도 선뜻 “No”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다른 말로 얼버무립니다. 예를 들어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당장 안된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딴 약속이 있다, 다른 지방에 가야 한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둘러댑니다.
잘 모르는 푸잉도 그런데, 잘 아는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업무를 시킬 때도 못하면 못한다고 말하지 않고 다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실패로 끝납니다.
푸잉에게 무리한 요청을 했을 때 당장 “No”가 아니었다고 해서 그 요청이 실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론
푸잉들의 습성을 이해하면, 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국인과 푸잉의 사고방식, 습성, 생활 철학은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습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태국에서의 생활을 즐기세요.
태국에서 생활하시거나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